핵심 요약
- 재생재가 신재보다 싼지 비싼지는 수지마다 다릅니다. 강제 수요가 걸린 PET와 원가절감 용도로 팔리는 PE·PP는 가격이 다르게 움직입니다.
- 규제가 있다고 재생재가 자동으로 유리해지지는 않습니다. 2025년 유럽에서는 가격 차이가 세율보다 커지자 고객사들이 신재로 돌아갔습니다.
- 영국은 2027년 4월부터 소비자사용후 폐기물만 재생함량으로 인정하고, 캘리포니아도 소비자사용후 기준입니다. 공정 스크랩(PIR)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원료를 고를 때 질문은 대개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신재를 쓸 것인가, 재생재를 쓸 것인가. 예전에는 답이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품질이 중요하면 신재, 가격이 중요하면 재생재였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나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역마다 답이 다릅니다. 이 글은 그 차이를 가볍게 정리합니다.
신재와 재생재, 무엇이 다른가
신재는 원유나 천연가스에서 만든 새 수지입니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일정한 조건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분자구조와 품질이 비교적 균일하고, 용융지수나 충격강도, 색상 같은 특성을 원하는 대로 맞추기가 쉽습니다.
재생재는 이미 쓰였거나 제조 과정에서 나온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화한 소재입니다. 발생 시점에 따라 둘로 나뉩니다. 소비자가 쓰고 버린 것에서 나오면 PCR, 제조·가공 중에 나온 스크랩이나 잔재에서 나오면 PIR입니다. 기계적 재활용은 보통 선별, 세척, 분쇄, 용융·여과, 펠릿화를 거칩니다.
그래서 재생재에서는 신재에 없는 변수가 하나 더 생깁니다. 원료가 어디에서 나왔고 얼마나 균질하게 관리되는가입니다.
재생재는 품질이 낮은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고도 선별과 세척, 용융 여과, 배합 기술이 올라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 PP·PE는 산업용 제품에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반대 방향의 일반화도 피해야 합니다. 재생재의 품질은 원료 발생원, 오염도, 수지 순도, 열이력, 첨가제, 색상, 재활용 횟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로트별 편차도 신재보다 큽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재생재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용도가 요구하는 물성을 만족하느냐입니다. 실제 구매에서 확인할 항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용융지수 · 밀도 · 충격강도 · 인장/굴곡 물성 · 회분 · 색상 · 냄새 · 이물 · 로트 편차
이 가운데 냄새와 로트 편차는 시험성적서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샘플 단계에서 직접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가격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재생재는 신재보다 싸다"는 명제는 시장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규제가 얼마나 강한 수요를 만들어내느냐가 갈림길입니다.
| 시장 | 재생함량 규제 | 구매 판단 (해석) |
|---|---|---|
| 한국 | 사용비율 표시제도(자율). 식품용 페트병·기타 제품·용기 최소 10%, 전기전자제품 최소 20% | 신재 대비 가격 메리트가 여전히 주요 구매조건 |
| EU | 음료수병 재생함량 25% 의무 | 식품용 등급은 가격 비교보다 물량 확보가 우선 |
| 영국 | 재생함량 30% 미만 포장재에 톤당 £228.82 과세 (2026년 4월부터). 2027년 4월부터 소비자사용후 폐기물만 인정 | 세금을 포함한 총비용으로 판단. 다만 조건부 |
| 미국(캘리포니아) | 음료용기 소비자사용후 재생함량 25% (2030년 50%) | 미달 시 행정 제재가 따르므로 사실상 하한선 |
표의 오른쪽 열은 공개된 시세가 아니라 규제 구조에서 따라 나오는 해석입니다. 국내 rPP·rPE는 공개된 시세 지수가 없어 숫자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국내는 아직 의무사용이 아니라 표시제도이므로, 특별한 고객사 요구가 없다면 구매사가 추가 품질관리 부담을 감수하면서 신재와 같은 값을 낼 유인은 크지 않습니다. 국내 일반 시장에서 쓸 수 있는 품질에 신재 대비 가격 메리트가 기본 논리로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PET와 PE·PP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재생재 가격"을 하나로 묶으면 논의가 엉킵니다. 수지마다 수요를 만드는 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PET에는 강제 수요가 걸려 있습니다. EU는 음료수병에 재생함량 25%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식품접촉 등급이라 공급이 병 회수 물량에 묶여 있습니다. 수요는 법이 만들고 공급은 수거량이 정하니, 가격이 신재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품용 재생 펠릿은 신재와의 가격 비교 자체가 덜 중요해졌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입니다.
rPE·rPP는 사정이 다릅니다. 상당 부분이 파이프, 화분, 크레이트, 농자재처럼 원가를 아끼려는 용도로 팔립니다. 강제 수요가 없으니 신재보다 싸야 팔리고, 비싸지면 구매사는 그냥 신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PET처럼 역전되기보다 할인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합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재생 수지가 주로 rPP·rPE·rABS라는 점을 생각하면, 유럽 PET 시장의 프리미엄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사례 — 2026년 3월 유럽
가격 구조가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3월 6일 북서유럽 신재 PET 현물가가 €125/t 올라 €1,000~1,100/t가 되면서, 보합이던 rPET 플레이크(€950~990/t)보다 €80/t 높아졌습니다. rPET이 신재보다 싸진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었고, 2025년 평균으로는 rPET이 €280/t 비쌌습니다.
다만 원인을 봐야 합니다. 재생재가 싸져서가 아니라 신재가 급등해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막히면서 원료인 파라자일렌 가격과 해상운임이 올랐고, 그것이 신재 가격을 밀어올렸습니다.
같은 국면에서 PE·PP는 역전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북서유럽 신재 PE·PP가 등급에 따라 €175~250/t 오르는 동안 rPE·rPP는 대체로 보합이었고, 결과적으로 저가 등급 재생재의 할인폭이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사건에도 수지에 따라 반응이 달랐던 셈입니다.
스프레드는 재생 기술이나 품질보다 신재 가격과 외부 변수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특정 시점의 가격 관계를 구조적 변화로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금이 있어도 격차가 크면 신재로 갑니다
규제가 있으니 재생재가 유리하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2025년 유럽이 그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그해 rPET 플레이크 프리미엄은 5월 한때 €375/t까지 벌어졌고, 식품용 펠릿은 신재 대비 최대 €700/t까지 갔습니다. 이 수준에서는 스페인의 €450/t, 영국의 £220/t 남짓 플라스틱세로도 rPET 사용을 지탱하지 못했고, 실제로 고객사들이 신재로 갈아탔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세금은 가격 차이가 세율보다 작을 때만 작동합니다. 격차가 세율을 넘어서면 세금을 내고 신재를 쓰는 편이 싸집니다. 규제가 재생재 수요의 바닥을 만들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 바닥은 고정된 높이가 아닙니다.
규제가 PCR만 인정하는 쪽으로 갑니다
지역별로 제도는 다르지만 한 방향으로 모이는 흐름이 하나 있습니다. 공정 스크랩을 재생함량으로 쳐주지 않는 것입니다.
영국은 2027년 4월 1일부터 재활용된 소비자사용후 폐기물만 30% 기준에 넣습니다. 공정 스크랩과 사내 리그라인드는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세금 목적의 재생 플라스틱으로는 분류되지 않습니다. 지금 공정 스크랩으로 30%를 맞추고 있다면 그 시점부터 과세 대상이 됩니다.
같은 날부터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에는 매스밸런스 방식이 허용됩니다. 다만 기계적 재활용에는 매스밸런스를 쓸 수 없습니다. 기계적 재활용은 지금처럼 원료의 출처와 투입을 증빙해야 합니다.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증빙 체계로 갈리는 셈입니다.
미국도 방향이 같습니다. 캘리포니아 AB 793이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사용후 재생함량이고, 2024년 1월 시행된 시행규칙은 소비자사용후 재생재와 공정 발생 재생재의 정의를 각각 따로 두고 있습니다.
PIR 위주로 공급하는 업체라면 이 흐름을 미리 봐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은 같은 재생원료로 취급되지만, 수출 대상 시장에서는 몇 년 안에 다르게 계산될 수 있습니다.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은 다른 가격입니다
재생재 가격을 이야기할 때 이 둘을 묶으면 논의가 엉킵니다.
기계적 재활용은 고분자 구조를 유지한 채 선별·세척·분쇄·용융·펠릿화를 거칩니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현재 재생 PP·PE·ABS의 주된 생산 방식이고, 신재보다 낮은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 요소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나 해중합으로 고분자를 원료나 단량체 수준까지 되돌립니다. 공정이 복잡하고 에너지와 설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비 자체가 높고, 신재보다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두 방식을 하나의 재생재 가격으로 묶어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성은 유리해 보이지만, 조건을 봐야 합니다
기계적 재활용이 신재보다 환경부하가 낮게 나온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각 연구는 특정 소재와 조건을 전제로 하고, 조건이 어긋나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성격이 다른 두 편을 나란히 보면 그 점이 분명해집니다.
2026년 Green Chemistry에 실린 연구는 일본에서 쇼핑백을 대상으로 신재 PE와 바이오 PE,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공정 스크랩 필름에서 나온 기계적 재생 PE를 비교했습니다. 소각될 예정이던 재생재가 CO₂ 배출이 크게 낮았고, 바이오 PE보다도 낮았습니다. 전제는 오염되지 않은 공정 스크랩이라는 점입니다.
반대 방향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4년 LDPE 필름 연구에서는 재생 LDPE 그래뉼 생산 자체는 kg당 0.44kg CO₂-eq로 나왔지만, 물성이 떨어져 같은 기능을 내려면 제품의 질량이 더 나가야 했습니다. 그 결과 폐기 단계의 소각 때문에 일부 재생 제품은 오히려 기후영향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환경적 손익분기'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신재와 같은 기후영향을 유지하면서 쓸 수 있는 저품질 재생재의 최대 초과량입니다.
재생재를 더 많이 넣는 것이 항상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물성이 부족해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이점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장 흔한 오해도 정리됩니다. 재생함량이 절반이면 탄소도 절반 줄어든다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감축량은 재생공정의 에너지 사용량과 전력원, 세척·건조 방식, 운송거리, 원료 오염도, 수율, 그리고 신재를 실제로 얼마나 대체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연구들은 재생재가 환경에 낫다는 증명이 아니라, 우리 제품에서도 그런지 확인해 볼 값어치가 있다는 근거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이 전과정평가(LCA)입니다.
실무 시사점 — 어떤 순서로 고를까
순서를 정해두면 판단이 훨씬 빨라집니다.
- 용도를 먼저 정합니다. 자동차, 가전, 포장재, 팔레트, 건축자재는 요구 조건이 전혀 다릅니다
- 필요한 물성을 숫자로 적습니다. 용융지수, 충격강도, 밀도, 회분, 색상, 냄새, 내열성
- 어느 시장에 파는지 확인합니다. 국내인지, EU·영국·미국인지에 따라 재생함량이 의무인지 선택인지가 갈립니다
- 가격은 절대값이 아니라 스프레드로 봅니다. 신재 가격이 움직이면 판단도 바뀝니다
- 공급원과 로트 안정성을 확인합니다. 한 번의 샘플보다 여러 로트의 편차가 중요합니다
- 샘플과 시생산을 거칩니다. 냄새와 편차는 여기서만 드러납니다
- 필요하면 재생함량과 출처, 환경성과를 증빙합니다.
결국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재생재를 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제품이 요구하는 성능과 가격을 만족하는 재생재가 있는가"입니다. 앞의 질문에는 답이 하나뿐이지만, 뒤의 질문에는 시장과 용도마다 다른 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재생소재를 공급하는 쪽이라면 경쟁력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재보다 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요구 물성을 만족하면서 로트가 안정적이고, 필요할 때 원료 출처와 재생함량을 증명할 수 있는가가 실제 구매를 결정합니다.
소재모아로 미리 준비하기
소재모아는 재생소재를 물성 데이터와 재생함량, 원료 출처까지 함께 놓고 비교할 수 있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소재가 맞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용도와 요구 물성을 알려주시면 후보부터 좁혀 드립니다.
출처
- GOV.UK, Plastic Packaging Tax — 2026년 4월 세율 및 등록 기준
- Argus Media, NWE vPET outstrips rPET for first time in 2 years
- Argus Media, EU virgin-recycled premiums extend record gains
- Argus Media, Recycled Polymers 2025 — 시장 결산
- CalRecycle, AB 793 플라스틱 최소 재생함량 기준
- 환경부,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표시제도 시행
- Green Chemistry (2026), 신재 PE·바이오 PE·공정 스크랩 재생 PE의 전과정평가 비교
-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2024), LDPE 필름 기계적 재활용의 전과정평가
재활용 소재를 비교하고 싶다면?
소재모아에서 다양한 재생 원료의 물성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증된 공급사와 바로 거래해보세요.